묵호역에 내려 묵호항 쪽으로 걷다가 발견한 전통찻집 호다. 개인적으로 차는 녹차, 홍차, 대용차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역시 녹차가 제일 좋음. 그래서 그런지 전통찻집이 나오면 차를 마시고 싶어 진다. 그렇다고 해도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차 한잔이라니 별나긴 하다.
여러 종류의 차가 있긴 했지만 녹차를 주문했고 우전을 내어주셨다. 하나는 하동, 또 다른 하나는 제주의 녹차였다. 이런 식으로 비교하며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맛을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데, 제주의 녹차는 가벼우면서 부드러운 맛이랄까. 하동의 녹차는 제주와 다른 묵직하면서 뭔지 모를 특유의 맛과 향이 느껴졌다. 집에서는 하동의 조태연가 죽녹차를 주로 마시는 편인데 왠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사장님이 말해 주시길, 제주의 녹차는 증제차(蒸製茶)이고 하동의 녹차는 덖음차(부초차, 釜炒茶)여서 맛의 차이가 난다고 하셨다. 나... 뭔가 나름대로 잘 느끼면서 마시고 있긴 하구나.
다식도 무척 맛있었는데 도라지 정과, 양갱이 아니라 까먹은 무언가, 그리고 금귤 정과였다. 금귤 정과는 새콤달콤 맛과 향이 센 편이라 마지막에 먹길 잘한 것 같다. 왠지 기회 되면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맛.
차라는 것도 사람마다 좋아하는 맛이 다르겠지만 나는 하동의 덖음차가 취향인 듯. 예전에 선물용으로 녹차를 사려고 백화점에 갔다가 오설록 코너에서 직원에게 여기 녹차는 맛이 없다고 말해서 직원분을 당황케 한 적이 있었는데, 덖음차를 마셔 오다가 증제차를 마셔서 그랬던 것 같다(그때 직원분께는 죄송...). 제조방법의 차이니 집에 잠자고 있는 제주의 녹차를 다시 꺼내봐야겠다. 부드럽고 맑게 마시는 녹차도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