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를 생각하고 사 먹으면 큰 코 다칠 수 있을 것 같은 블랙커런트(blackcurrant, Ribes nigrum L.).
향과 맛이 독특하다. 포도도 아니고 딸기도 아니다. 아직까지 머릿속에서 정의할 수 있는 과일이나 음식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굳이 떠오르는 게 있다면 시큼한 사워(sour) 젤리나 사탕.
처음 입에 들어갔을 때에는 껍질이 반들반들해서 그런지 버찌가 순간 떠올랐었는데 막상 먹어보면 그렇지는 않았다.
온전한 형태의 열매는 입에 들어갔을 때 블랙커런트 특유의 향이 살짝 나는 정도인데 입안에서 굴리다 보면 내용물이 조금씩 흘러나와서 찌릿찌릿하게 시큼시큼한 맛이 느껴진다. 이것만으로도 꽤 자극적이며 내용물이 엄청 시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살살 이로 깨물어 껍질을 터트리면 역시나 시큼한 과육이 스르르 흘러나오며 혀를 자극한다. 단맛이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워낙 신맛이 강해서 잘 느껴지지는 않는다. 산미가 레몬만큼 시지는 않지만 사워 사탕이나 젤리만큼 시다.
특유의 향이 있는데 이걸 무슨 맛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기본적으로는 시큼한 맛이 나는 열대과일이 생각난다. 먹어본 지 오래돼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패션 푸르트가 떠오른다. 맵지 않은 풋고추나 오이고추에서 느껴지는 풀 + 페퍼(peper) 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매운맛 계열은 직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페퍼 향 같은 향신료 느낌 없지 않고 산미도 강해서 먹고 난 후 입과 목이 화하다. 그래서 그런지 문득 간장 고추 장아찌의 시큼(달달) 한 국물도 생각난다.
껍질은 질기지 않아서 이로 씹으면 쉽게 잘라진다. 과육의 시큼함 때문에 처음에는 껍질이 그리 시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천천히 혀로 느껴보거나 씹어 먹어 보면 껍질 안쪽 부분도 꽤 신 편이다. 껍질의 신맛을 다 먹어 버리면 그냥 질겅질겅한 껍질.
요약하면,
사워 젤리나 캔디, 패션 푸르트, 할라피뇨 피클, 간장 고추 장아찌(...) 등이 떠오르는 열매. 산미가 강한 자극적인 열매라서 청을 만들어 먹거나 새콤달콤하게 블랙커런트 우유를 만들어 먹으면 꽤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