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연벌레 (가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해충)


책상에 기어가는 권연벌레 발견! 등딱지의 털이 좀 빠진 듯한 모습인데 나이를 많이 먹어서 그런 건지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해충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어서라기보다는 식품을 가해하기 때문이다. 권연벌레에 기생하는 권연침벌만 꼬이지 않는다면 심리적으로 개미나 바퀴보다는 나은 것 같다. 물론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에 따라 입장이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이름

권연벌레(Lasioderma serricorne)는 영어로 cigarette beetle, cigar beetle, tobacco beetle 등으로 불리는데 말 그대로 담배벌레 혹은 담배딱정벌레이다. 궐연(卷煙, 얇은 종이로 가늘고 길게 말아 놓은 담배)에서 유래한 권연벌레 역시 같은 의미로 보면 되겠다. 물론 담배를 피우는 벌레는 아니고 담뱃잎(생 잎, 말린 잎, 가공된 잎 등)에 피해를 주는 벌레. 일본어로는 タバコシバンムシ인데, タバコ(tobacco) シバンムシ(Anobiidae, 빗살수염벌레과)이기 때문에 동일한 의미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식성과 가해

기본적으로는 잡식성이며 마른 식품을 주로 먹는다. 보통 사람의 집에서 발견되는 경우에는 곡물, 곡분(밀가루 등), 건면(소면, 파스타면 등), 향신료(계피, 감초 제외), 견과류, 말린 과일, 건어물 등 저장・건조식품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과자도 포함된다. 가장 선호하는 먹이 자원은 단연 곡류.

이 녀석이 집에서 발견된다면 이러한 식품들이 보관된 곳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닐봉지는 쉽게 뚫을 수 있으니 밀폐용기 및 냉장 보관을 생활화 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쌀통을 엎었었는데 어딘가 청소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쌀알이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우연히 밖에서 집안으로 들어온 개체일 수도 있으니 앞으로 계속 나타나는지를 잘 확인해야겠다. 만약 계속 나타난다면 대청소 당첨!

기타 사항

  • 크기가 보통 2~3mm 정도로 작지만 날아다니거나 기어다니면 쉽게 눈에 띈다. 암컷은 2mm 후반, 수컷은 2mm 초반으로 암컷이 좀 더 큰 편.
  • 몸에 황갈색 털이 나 있다. 그래서 맨들맨들하게 보이기보다는 뽀송하게 먼지를 살짝 뒤집어쓴 느낌이다.
  • 더듬이가 11개 마디로 이루어져 있고 톱니 모양이다. 밑마디(scape, 더듬이를 머리 외피에 연결해 주는 첫 마디)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균일한 크기를 가졌다. 권연벌레와 비슷한 모습의 곤충이 몇 있는데, 더듬이 모양과 마디 개수를 확인해 보면 도움이 된다.
  • 성충의 수명은 3개월 정도 되며, 물만 먹고도 10~25일 정도 살 수 있다.
  • 한 개체가 보통 10~1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 이름과 다르게 담뱃잎(tobacco leaves)에서는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밀가루(flour)에서의 생존율이 높다고 한다. 곡분과 비교해 단단한 곡물의 낱알 그대로를 먹이로 하는 경우 유충의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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