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빛의 벙커에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를 처음 경험해 보았다. 메인 프로그램(35분)인 '모네, 르누아르... 샤갈'도 좋았고 기획 프로그램(10분)인 '파울 클레, 음악을 그리다'도 꽤 재밌었다. (해당 전시 기간 : 2021. 04. 23. - 2022. 09. 12.)
플래시만 터트리지 않으면 촬영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나는 그냥 감상만 하고 왔더니 사진이 없다! (아트샵에서 업어온 마우스 패드로 대체). 촬영이 자유롭다 보니 단체로 몰려다니며 소란스럽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전시공간이 넓기 때문에 피해 다니면서 구경하면 크게 불편하지 않다.
전시를 보며 아쉬웠던 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현재 나오고 있는 작품이 누구의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위치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 아무래도 너무 많은 곳에 텍스트가 들어가 있으면 영상을 효과적으로 감상하기 어렵기 때문일 텐데, 아쉬운 건 아쉽다.
또한, 하나의 팀이 메인 프로그램 전체를 맡아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에는 신선하지만 30여분 동안 (작가와 작품은 바뀌지만) 비슷한 느낌의 연출(혹은 취향 타는 연출)이 계속되어 조금 지루해질 수 있다. 다행히 메인 프로그램 뒤에 다른 팀이 만든 기획 프로그램이 뒤따라 나오기 때문에 다소 해소되기는 한다.
그리고 모든 전시가 그렇긴 하지만, 나처럼 빈 머리로 가게 되면 그냥 잘 만들어진 2차 창작물을 보고 온 것으로만 끝날 수 있다(개개의 작가나 작품은 머리에 남지 않고 그것들이 재료로 사용된 2차 창작물-영화 한 편 보고 온 것처럼). 미리 작가와 작품에 대해 슬며시 찾아보고 갔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근데 그렇게 치면 연출을 맡은 팀에 대해서도 찾아봐야하지 않나... 뭐든 공부하려 덤비지 말고 즐기자. 그냥 즐기자. 깊은 인상을 받는다면 자연스럽게 알아서 찾아보겠지.
긍정적이었던 부분
몰입형 미디어 아트라고 하는 것이 기존 작품을 재구성하여 다양한 연출(이미지, 음악, 구성 및 효과 등)을 시도하고 있어서 그간 일반 미술 전시를 보고 왔을 때와 다른 반응을 얻어내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미술에 많은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관심이 많지 않았던 보통의 사람들이 반응을 보인다.
나의 경우 일반 미술 전시를 보고 와서 작가나 작품에 대해 찾아본 적이 딱히 없었는데, 이번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보고 나서는 기획 프로그램이었던 '파울 클레, 음악을 그리다'가 생각보다 인상에 남아 작가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작가 이름은 까먹을지 모르지만(파울라너?), 필요할 때 작품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긍정적인 영향 역시 전체 관람객 중에서 또 일부에 한하겠지만, 기존의 일반 미술전 때보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작가를 찾아보게 될 줄이야)
덧붙여
2차 창작물인 만큼, 소스가 되는 원저작물 보다는 아트팀이 그것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해석하여 연출하였는지가 관람 여부 혹은 관람 후 감흥 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올드한 연출 싫어...). 이번 전시에도 취향에 맞지 않는 연출(사람들이 춤추는 등)이 없지 않았는데, 나중에 다른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보게 될 때에도 괜찮을지는 살짝 조심스럽다. 분명 연출에 따라 취향을 탈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