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 한 그루가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잎 중간중간이 백색 반점이 생기며 누렇게 변해 시들어 간다. 처음에는 화분에 물이 부족했나 싶어 물관리에 신경을 더 써 보았지만 별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잎을 여기저기 살펴보다 보니 움직이는 작고 검은 무언가가 보였고 중간중간 거미줄을 타고 다니는 녀석들까지 있었다. 응애다.
이렇게 응애가 창궐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자질 부족... 응애 퇴치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까 고민을 해 보았다.
종묘상에서 농약을 사와 뿌리면 빠른 구제가 가능하지만 집에서 농약을 치려면 준비와 뒤처리에 꽤 신경 쓰인다. 한 번에 100% 없앨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식물체 전체에 빠짐없이 뿌리는 게 쉽지 않아 한 방에 완벽한 구제는 힘들다고 본다. 게다가 실내의 화분이라면 식물체가 아닌 근처 주변에 산책 중인 개체들도 있을 수 있어서 공간 자체를 방역하지 않는 한 일회성 농약 살포로는 어림없어 보인다.
친환경 약제는 인체에 무해하거나 영향이 적어 방제 및 구제작업을 하기에는 용이하지만 방제율이 낮다는 게 흠이다. 다만 농약으로도 한 번에 완벽히 잡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친환경 약제를 주기적으로 살포하는 것이 가정에서는 그나마 적합한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집에서 직접 조제해 볼만 한 건 난황유나 마요네즈를 물에 섞어 뿌려주는 방법.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판 제품을 사용해 보았다.
그래서 찾게된 것이 Neem Tree(Azadirachta indica)의 추출물이었다. 비 살충제(non-pesticidal management, NPM) 관리에 있어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물질이라고 한다. 님 추출물은 곤충(해충)을 직접적으로 죽이지는 않지만 섭식장해, 산란장해, 알의 부화장해, 번데기의 탈피장해를 주고, 질식효과까지 있어서 서서히 개체수를 줄여준다고 한다(대유, 위키백과). 시판 제품으로 대유에서 판매하고 있는 플라즈마님(Plasma Neem)을 선택했다(님 추출물 100%).
제품 설명란의 시험성적을 보면 참외점박이응애의 경우 처리 5일차 81.3%, 처리 10일차에 83.2%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한 번 뿌렸을 때 대충 80% 효과가 있다고 치면 1차 사용 시 80%, 2차 사용 시 96%, 3차 사용 시 99.2%, 4차 사용 시 99.84%, 5차 사용 시 99.97%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용 농도는 500배 희석을 기본으로 하며 상황에 따라 250배 희석 정도까지 농도를 높여 사용하면 되는 것 같다.
플라즈마님을 희석배수 500배(플라즈마님 1ml, 물 500ml)로 분무기로 골고루 뿌려 주었다. 500ml는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집의 화분을 넉넉하게 다 뿌릴 수 있었다.
내가 약을 뿌리긴 했나 싶을 정도로 응애들이 너무 활기차 보였다. 플라즈마님 희석배수 250배(플라즈마님 2ml, 물 500ml)로 한 번 더 뿌려 주었다. 다만, 지나고 생각해 보니 며칠 더 있다가 응애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 뿌릴 걸 그랬다. 효과가 천천히 나타난다고 하긴 했지만 응애들이 너무 활기차 보여서 조급했던 것 같다.
(사실 나중에 회상해 보니 500배 희석배수로 골고루 뿌렸다고 생각했지만 충분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로 추정된다. 나중에 희석배수 500배로 넉넉히 충분히 뿌려주니 250배 희석배수 못지 않게 효과가 괜찮았다. 식물도 크게 힘들어 하지 않고)
생각보다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응애가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다만 중간중간 일부 잎에서 살아있는 응애들이 보였는데 움직임과 활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생존해 있는 응애를 툭툭 건드려 보면 움직임이 거의 없거나 느릿느릿하다. 일단 눈에 보이는 개체는 손으로 잡아주었다.
열흘 정도 화분에 신경도 못쓰고 지나갔다. 어떤 상태일까 궁금해서 잎을 주욱 훑어보았는데 전체적으로 응애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효과가 괜찮은 것 같다. 다만 시간을 들여가며 세세하게 살펴보니 한두 마리 정도 움직이는 응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플라즈마님 희석배수 250배로 한 번 더 처리했다.
시간 날 때 잎 뒷면을 살펴보다가 돌아다니고 있는 응애 한 마리를 손으로 잡았다.
나름대로 잎을 앞뒤로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응애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대로 종전을 선언해도 될까 싶었지만, 그동안 이따금 한두 마리씩 보였던 점을 고려해 플라즈마님 희석배수 250배로 한 번 더 처리해 주었다. 다음엔 실내 화분 말고 더 좋은 대자연에서 태어나렴...
이후로 정확히 얼마 주기로 얼마나 더 뿌렸는지는 기록해 두지 않아 모르겠는데 대략 2~3회 정도 더 뿌린 것 같다(1주일에 한 번 정도의 느낌). 희석농도는 250배 보다는 낮고 500배 중간 수준으로 맞췄으니 대략 375배 정도로.
응애가 어디 또 숨어있다가 다시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자취를 감춘 상태고 나무도 활력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참고로, 250배 희석농도는 좀 진한건지 아까시나무의 경우 낙엽이 지는 현상이 좀 생긴다(대신 새로운 잎이 무럭무럭 나옴;;). 농도가 높아 오일이 잎 뒷면의 기공을 막아 생기는 현상이려나 상상해 본다. 응애가 잎 뒤에 있어서 아래에서 위로 집중적으로 분사했더니 영향이 더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혁질의 잎을 갖고 있는 다른 화초의 경우 영향이 천천히 일어나는 건지 어차피 왁스층이 원래부터 있어서 큰 영향이 없는 건지 몰라도 단기적인 반응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화초 잎에 뿌려줄 때에는 기본적으로 500배 희석농도로 뿌려주거나, 250배 희석농도로 뿌려주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물샤워를 한 번 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플라즈마님이 개체수 조절에 효과를 보여주어 다행이다. 이후 해를 넘기고 1년지 지난 여름이 되었을 때에도 응애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방제가 잘 이루어진 것 같다.
이번에 플라즈마님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단점
- 농약처럼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음 (효과에 의문을 가질 수 있음)
- 완벽한 구제가 어려울 수 있음. 어딘가 힘겹게 몇 마리 살아있을 수 있음 (재발 가능성)
- 따라서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주기적으로 뿌려주어야 함 (귀찮음)
장점
- 인체 유해성이 적어 살포할 때 피부 보호, 살포 후 주변 청소 및 관리에 용이함 (안전하고 다루기 편함) 다만 마스크로 호흡기는 보호하자. 밀가루도 폐에 들어가면 좋지 않다.
- 일회 효과가 다소 낮더라도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뿌려 중첩시키면 효과가 좋아 보임 (현실적)
- 눈에 띄는 해충이 딱히 없어도 이따금 한 번씩 뿌려주면 예방 목적으로도 좋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해충에게 타격을 줄 수 있어 보임 (예방목적 활용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