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수세미로 설거지 3개월 해 본 후기 (장단점)

천연 수세미 (Luffa cylindrica)를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배송비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라 미루고 미뤘었다. 그러던 차에 농협 로컬푸드에서 수세미를 발견했고 그대로 사 왔다. 가격은 수세미 2개 들이로 5천원. 2~3 등분으로 잘라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수세미의 양은 4~6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3개월차에 접어들었는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장단점을 나열해 본다.

친환경 천연 수세미
농협 로컬푸드에서 판매중인 수세미


장점

  • 물이 묻지 않았을 때에는 생각보다 거칠거칠해서 그릇을 다 긁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물이 묻으면 부드럽게 변하기 때문에 사용하면서 컵이나 그릇의 긁힘을 걱정하진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게 잘 닦이는 편.
  • 거품이 잘 난다. 웬만한 기성품만큼 잘 난다.
  • 수세미가 흰색에 가까워서 색깔 있는 (김치 같은) 음식물이 담겨있던 그릇을 설거지하면 물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무슨 재질인가 싶을 정도로 물이 안 든다.
  • 종종 열기가 있는 상태의 냄비를 닦아야 할 때가 있다. 아크릴 수세미는 (안전하게 만들었겠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는데 천연 수세미는 열기에 대한 걱정이 적다.
  • 수세미 조각이 떨어져 나가도 환경오염 걱정이 적다. 설거지를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수세미 조각들이 떨어져 나와 많은 경우 하수구로 흘러간다. 특히 아크릴 수세미의 조각들은 미세플라스틱으로... 물론 천연 수세미도 조각이 나오긴 하는데 조각이라기 보다는 두꺼운 실 한 올이며 보통 수채구멍에 걸린다. 안 걸린다고 해도 식물체라 환경오염 부하가 적다.
  • 많지는 않지만 설거지가 끝난 식기에 수세미 조각이 붙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게 아크릴 수세미라면 대략 난감. 이걸 나도 모르게 먹었을 수도 있으니... 천연 수세미도 식기에 붙어 있는 걸 한 번 보긴 했는데 섬유가 길고 커서 눈에 잘 띄고, 행여 입에 들어간다 해도 씹혀서 뱉을 겉 같고, 삼킨다고 해도 식물 그 자체라 별다른 문제 없이 화장실 업무를 통해 해결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물론 이건 제대로 행구지 못한 내 책임으로 돌려 본다.
  • 생각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섬유가 어설프게 얽혀있는 느낌이라서 며칠 사용하면 한 올 한 올 다 풀릴 것 같았는데 기우였다.
  • 건조가 잘 된다. 섬유가 얽기설기 구멍도 넓은 편이라 잘 마른다.
detergent bubbles
거품내기

dish-washing
본격 설거지


단점

  • 천연 수세미는 생각보다 많이 부드럽기 때문에 음식물이 달라붙어 말라버린 그릇 같은 경우에는 잘 닦이지 않는다. 강하고 빠르게 많이 문지르면 닦이긴 하는데 힘이 많이 많이 많이 든다. 급기야 그냥 손톱으로 긁어낸 적도 있다. 아크릴 수세미로 힘을 주어 닦으면 어렵지 않게 닦이는 설거지 거리들. 물론 이렇게 억지로 닦아내면 그릇에 상처가 날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은 아닌 듯. 잘 불려 닦자.
  •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위와 같은 종류의 그릇은 더 닦기 힘들어진다. 물론 이런 종류의 설거지가 자주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일단 아크릴 수세미를 보조로 두며 필요할 때마다 병행하여 사용하는 중. 다만, 아크릴 수세미는 플라스틱 조각이 많이 떨어져 나온다.
dried up sweet potato with a dish
삶은 고구마를 먹은 그릇

hard to clean up
잘 안 닦여 힘듦

Acrylic scrubbers produce a lot of plastic pieces
아크릴 수세미로는 잘 닦이는 편이지만 그새 또 플라스틱 조각이 나옴


기타 사항

  • 보통 많이들 사용하는 아크릴 수세미에 비해 틈이 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음식 찌꺼기가 잘 끼는 편이다. 일부러 빼려 하면 잘 안 빠지지만 그냥 사용하다 보면 틈이 넓기 때문에 다 빠져 있다. 사실 설거지를 할 때에는 애초에 음식물 건더기는 한 번 헹궈내고 나서 수세미를 들이대기 마련이라 특별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mesh
틈이 슝슝


마무리 글

재구매 의사를 묻는다면 있다. 일상적인 설거지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세미다. 다만 부드러운 재질만으로 모든 설거지를 커버할 수는 없어서 무엇으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가 약간의 고민거리. 사실 밥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한다면 필요없는 고민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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