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나무를 괴롭혀 왔던 총채벌레를 퇴치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총진싹을 토양에 뿌리고 손으로 성충과 유충을 잡는 작업을 병행했고, 전체적으로 겪은 상황은 아래 표와 같다.
총진싹 뿌린 시기 | 총채벌레 성충 마지막 관찰 시기 | 비고 |
D - day | 총진싹 뿌림 | |
⁝ | 성충과 유충 물리적 제거 | |
D + 10 | D - day | 성충 마지막 관찰 |
⁝ | ⁝ | 유충 물리적 제거 |
D + 26 | D + 16 | 유충 마지막 관찰 |
⁝ | ⁝ | 총채벌레 미확인 |
D + 30 | D + 20 | 평온 |
총진싹(입제)은 뿌리면 즉시 효과를 보는 화학적 살충제가 아니라, 토양에 뿌려 두면 백강균이 토양 속 번데기를 잡아 방제하는 생물학적 약제(곤충 병원성 곰팡이)이다. 장점은 인체 유해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고(참고), 단점이라면 목표로 한 해충이 퇴치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
성충을 일부러 잡지 않아도 번데기 과정이 차단되어 결국 퇴치는 되겠지만, 성충이 생존해 있는 기간 동안(약 30~45일) 산란에 의한 유충 발생이 계속될 수 있다. 이렇게 퇴치기간이 길어지면 총진싹 약효가 떨어지는 시점이 생기고, 그 틈을 타고 운 좋게 살아남는 새로운 성충이 생길 수 있어 퇴치가 힘들어질 수 있다. (총진싹을 또 뿌리면 상관 없으려나)
따라서 총진싹을 뿌렸어도 잎에 붙어 있는 총채벌레를 발견하는 대로 (미안하다고 기도해 주고) 손으로 잡아주었다. 새로 부화하는 유충이 없다면 총채벌레의 생활환을 고려해 퇴치까지 최소 10일이 걸리며, 안전하게 2배수를 적용해 2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성충은 열흘 동안 계속 관찰됐다. 작아서 잘 안 보이기도 하고 날개까지 달려 날아다닐 수 있다 보니 손으로 잡는 건 한계가 있어 보였다. 운 좋게 기존 성충을 손으로 다 잡았다고 하더라도 총진싹이 활성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번데기에서 성충이 우화하여 한동안 계속 관찰됐을 수도 있다.
손으로도 잡을 거면 뭐하러 총진싹을 뿌렸나 싶긴 하겠지만 총진싹은 번데기를 잡는 생물학적 약제, 주인장은 성충과 유충을 잡는 생물학적 병기. 협공이다.
최근 나흘간 유충이 관찰되지 않았다. 드디어 총채벌레로부터 자유로워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일주일간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매의 눈으로 잎에 뭐가 없나 관찰은 할 예정.
하루 더 지나, 마지막 성충 발견 21일차(퇴치작업 31일차)에도 총채벌레는 발견하지 못했다.
총진싹 입제를 실제 사용해 보니, 장점은 인체에 안전한 편이라 다루기 편하고 효과가 한 달 이상 지속되니 일단 뿌려두면 한동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고, 단점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나타나니 답답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사실 총진싹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던 건지 역시 판단하기 어려웠다. 알고 보면 그냥 내 손으로 성충과 유충을 다 잡아버린 것일 수도 있으니...
<추가 글 1>
- 다 퇴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후에도 두어 차례 총채벌레가 나타났다. 총진싹(입제)은 일단 1개월 단위로 흙에 뿌려주고 있고 눈에 보이는 총채벌레는 손으로 다시 잡아주는 과정을 진행했지만 질기게 나온다.
- 그러던 중 응애 때문에 구입한 플라즈마님(유제)도 잎에 뿌려 주기 시작했는데 총진싹(지하부 작용)과 님 오일(지상부 작용)의 조합이 꽤 괜찮은 효과를 주는 느낌이다. 총채벌레가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인다. 물론 시간이 지났을 때에는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기본 방역은 총진싹과 플라즈마님 조합이 될 것 같다.
<추가 글 2>
- 총채벌레가 더이상 보이지 않아 약을 뿌리지 않은 지도 1개월은 넘었다. 총채벌레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지도 2개월 정도 되었다. 이제는 정말 총채벌레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선언해도 될 것 같다.
<추가 글 3>
- 이번 사건 이후 해를 넘겨 1년이 지나고 다시 여름이 찾아왔지만 더이상 총채벌레(및 응애)는 나타나지 않았다. 방역 성공.